1️⃣ 부동산 토큰화란 무엇인가 — 기술이 만든 새로운 자산의 형태
‘부동산 토큰화(Real Estate Tokenization)’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건물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 자산을 디지털 토큰의 형태로 분할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하나의 건물을 수백 명이 토큰 단위로 나누어 투자하거나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부동산 투자는 높은 초기 자본이 필요했지만, 토큰화 기술은 이를 소액 단위의 접근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바꿔 놓았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기록하므로, 부동산 거래의 불투명성과 중개 수수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는 부동산 토큰화 플랫폼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RealT’, ‘Brickken’, ‘Harbor’ 같은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이들은 실제 부동산의 법적 소유권과 임대 수익을 블록체인 상의 토큰으로 연결시켜 투자자에게 일정한 배당을 지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법적 제도는 아직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부동산 토큰화의 가장 큰 딜레마가 존재한다.

2️⃣ 법과 제도의 한계 — 부동산 토큰화가 ‘증권인가’ ‘자산인가’?
현재 부동산 토큰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법적 정체성의 모호함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부동산 토큰이 ‘증권형 자산(Security Token)’에 해당하는지, 혹은 단순한 ‘가상자산(Crypto Asset)’으로 볼 수 있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자본시장법과 부동산등기법, 그리고 전자증권법의 적용 범위가 서로 달라 법률 간 충돌과 공백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상의 소유권 기록이 법적으로 등기 효력을 가지려면 공공기관의 인증이 필요한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이 부분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부동산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해 등록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은 이를 자산의 새로운 형태로 인정하고 별도의 규제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각국의 법적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부동산 토큰 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특정 국가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기술은 이미 시장을 열고 있지만, 법의 늦은 움직임이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3️⃣ 기술이 앞선 시장의 현실 — 토큰화가 가져올 경제적 변화
법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거래는 투명성, 접근성, 유동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기존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부동산이 ‘유동성이 낮은 자산’으로 분류되어 쉽게 거래되기 어려웠지만, 토큰화 기술을 통해 디지털 자산처럼 거래 가능한 유동성 높은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는 토큰 형태로 보유한 부동산 지분을 거래소에서 매도할 수 있고, 이는 부동산 시장의 ‘즉시 현금화’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임대료 배분, 이익 분배, 소유권 이전 같은 절차가 자동화될 수 있다. 이는 인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거래 오류와 사기를 줄이는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현실화되려면, 법률적으로 ‘스마트 계약의 법적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작동하고 있지만, 법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의 가장 큰 문제다. 결과적으로, 기술은 이미 시장을 혁신했지만, 제도는 여전히 20세기형 부동산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4️⃣ 부동산 토큰화의 미래 시나리오 — 제도와 기술의 공존이 해답이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법과 기술의 정렬(alignment)’이다. 정부와 규제 기관이 부동산 토큰화를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디지털 자산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 이후로 한국 역시 조각투자, 증권형 토큰(STO)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부동산 토큰화 역시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협력해 블록체인 등기 시스템의 공공화를 추진한다면, 토큰화된 부동산의 법적 효력도 점차 확보될 것이다.
결국 부동산 토큰화의 미래는 법적 안정성과 기술 혁신의 균형 위에서 결정된다. 법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 부동산 시장은 전례 없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개인 투자자가 자신의 휴대폰에서 건물의 일부를 구매하고,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임대 수익을 배분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지금은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이지만, 머지않아 법과 기술이 나란히 걸으며 새로운 부동산 생태계를 형성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